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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망루피 - 유년 시절의 캐릭터가 사회인 모드가 될 때의 카타르시스

드래곤라퓨타 2024. 1. 28. 23:15
출처 : 스파오닷컴

 

★ 잔망루피

2020년대에 새로 나온 한국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를 뽑자면, '잔망루피'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잔망루피'는 2020년 정식 출시를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수많은 라이선스 상품과 각종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대형 백화점에 전문 매장까지 입점하는 등 이례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의 호응을 크게 얻고 있는 콘텐츠 사례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 인기만큼이나 '잔망루피'는 그 출발점과 매력에서 특별한 점이 많은 콘텐츠이다.

 

 

 

 

★ 태생은 유아용 애니메이션

본래 '잔망루피'는 2023년에 20주년을 맞은 국산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조연 캐릭터인 '루피'에서 파생된 캐릭터이다.

작중에서 '루피'는 상냥하고 요리를 잘하는 컨셉을 기본으로 하여, 주인공 뽀로로와 함께 오랫동안 인지도를 쌓아온 캐릭터 중 하나였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작품의 캐릭터인 만큼,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는 기본이었다. 그런 '루피'가 2020년 즈음, 뜬금없이 사회인이 되어 학교와 직장의 피로를 토해내는 인터넷 밈으로 유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냥한 '루피'의 이미지에 병맛스러운 어른들의 고충을 덧씌운 이미지는 콘텐츠를 적극 소비하는 청소년 및 성인층에서 크게 유행한다.

이는 곧 '루피'의 본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에서도 주목하게 되었다. 마침 아이코닉스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이외의 사업을 고민하고 있었고, 아예 '잔망루피'를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사업으로 정식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어찌보면 사소해보일 수도 있던 뜻밖의 인기 콘텐츠가, 정식 브랜드로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잔망루피'의 사업은 작게는 메신저 이모티콘부터 크게는 패션과 항공사 상품까지 출시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 사회인이 된 아이들

'잔망루피'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가 방영을 시작한 때는 2003년이었다. 이에 주요 소비자층이 M세대(1980~2010년생)와 Z세대(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라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제는 '뽀로로'와 함께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던 '루피'를 보고 자란 세대가 2020년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사회인이 되었다. 거기에 '키덜트'라 불리는 어린 시절의 콘텐츠도 즐기는 소비층까지 늘어난 시대이다. 어느덧 사회인이 된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직장을 비롯한 사회생활의 고충은 다양한 콘텐츠로 적용되고 있다. '잔망루피'는 그 중에서도 순수한 유아 시절의 모습에서 '흑화'해버린 일종의 블랙 유머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미디어의 끊임없는 발달을 타고 그 유행이 급속히 퍼지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많은 콘텐츠가 창출되는 최신 미디어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캐릭터가 2차 창작을 통해 새로운 아바타, 소위 말하는 '부캐'를 갖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만들어준 그 '부캐'가 정식 브랜드로 성공했다는 점은 사업적인 면에서도 대단한 관심사이다.

이런 인기를 타고 아이코닉스에서는 아예 '루피'의 친구들까지 '부캐'를 만들어주었다. '포비빅', '고냥패티', '크크롱', '에바에디' 등의 이름으로 출시된 캐릭터들은 '잔망루피'처럼 어른이 된 세대의 욕망을 유쾌하게 표출한다. 다만 아이코닉스에서는 본업인 유아용 사업을 고려해서 부캐들의 표현 수위에 신경쓰고 있으며, 주인공인 '뽀로로'에게는 아직 이런 부캐가 없는 상태이다. 아무튼 '잔망루피'의 유행은 이렇게 사업적으로도 밀리언셀러처럼 이어갈 모양새이다.

 

 

 

 

★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친구

사회와 사업적인 면에서 돋보이게 된 '잔망루피'이지만, 정말 중요한 점은 이를 계속 즐기는 소비자들일 것이다.

언제나 쉽지 않은 학업과 직장 생활 속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를 2차 창작하여 즐기는 것이 특별한 '카타르시스(비극 속의 연민과 공포를 통해서 마음이 정화되고 쾌감을 느끼는 일)'가 되어준다고 본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발전한 미디어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잔망루피'라는 20년 전의 친구가 온갖 사회의 불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것이다.

처음엔 TV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캐릭터가 인터넷의 새로운 창구로 옮겨와서 표현되는 것도, 어찌보면 아이들이 성장하여 집이나 유치원에서 대학교나 직장을 다니게 된 생활과도 닮았다. 그 성장과 생활에 대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을 겪어본 이들의 특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잔망루피'는 바로 그런 특기가 적용되어,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아우르는 멋진 콘텐츠로 일어섰다고 생각한다. '잔망루피'에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담은 꿈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생활이 끝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잔망루피'를 비롯한 친구들은 계속해서 지금의 세대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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